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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소설]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by sunny_C libro 2025. 1. 25.

부커상 최종 후보에 이어 세계 SF 문학상인 미국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정보라 작가

후보작인 <너의 유토피아>를 읽고 싶었으나 전자도서관에 있었던 장편소설인 <고통에 관하여>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던 책 <고통의 관하여>의 리뷰이다.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해야 한다.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소설 <고통에 관하여> 리뷰 목차

 

1. 줄거리

2. 책 속의 문장들

3. 떠오르는 생각들

4. 작가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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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제약회사의 주인인 '경'의 부모는 아들과 딸을 이용해 실험을 해서 어떤 부작용 없이 고통을 잠재울 수 있게 된 약을 개발한다.

'경'의 부모는 결국 고통에서 구원을 찾을 수 있다는 신흥 종교단체의 교단의 추종자들이 벌인 테러로 목숨을 잃고,

테러 주범으로 옥살이를 하게 된 주인공 ‘태’는 교단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교단의 지휘부가 살해당하는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하고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태'와 '경'과 만나면서 전개되는 소설이다.

 

2. 책 속의 문장들

소설에서 등장하는 '고통'과 관련된 문장들

  • 고통과 쾌락은 같지 않지만, 그 근원은 같아.
    네가 고통을 느끼고 쾌락을 느끼는 이유는 몸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야.
    네 몸이 고통의 근원이자 쾌락의 근원이고, 모든 인지와 정서와 감각의 근원이야.
  •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 고통은 위험신호이며 우리 몸이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라고 강연에서 지도자는 말했다.
    그러므로 고통을 차단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가 위험을 작가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고통은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을 받아들이면 인간은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된다. 고통이 위험신호라면 우리 몸은 고통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느낀다면 인간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 전기충격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과 웅크린 채로 폭행을 감내하는 것 중에서 신체적 피해가 더 적고 장기적으로 더 유리해 보이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고통은 그냥 육체적인 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이 보내는 위험신호에는 감정도 반응했다. 두려움 절박한 두려움, 공포. 그런 강렬한 감정들은 이성을 마비시켰고 그 결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탐색하는 데 심각하게 방해가 되었다.
  •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문장들

  • 결혼하기 전 홍의 남편은 언제나 기운이 넘치고 함께 있으면 무척 즐거운 사람이었다. 남편이 특별히 긍정적이거나 세상에 대해 호의적인 성격이 아니라 정서적 흥분 상태에 중독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홍은 결혼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남편은 항상 미친 듯이 기뻐하거나 미친 듯이 슬퍼하거나 미친 듯이 화를 냈다. 그 중간의 평온한 상태가 드물게 찾아오면 남편은 지루해서 어쩔 줄 몰랐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요. 뭘 크게 믿기 때문이 아니라,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들에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의미는 그 뒤에 찾는 거죠. 절대적인 믿음 같은 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요.
  •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악입니다. 나는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선과 악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 무자비한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고통입니까? 규정할 수 없는 몸을 갖고 살아가는 삶은 어떤 의미입니까?
    당신은 당신의 몸입니까? 인간의 몸은 인간 존재의 전부입니까?
  •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해야 한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충분히 잘 먹고 충분히 잘 쉬고 내 몸을 잘 돌보았을 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괴로운 상황을 탈출할 길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3. 떠오르는 생각들

인간의 존재의 전부는 무엇인가? '몸'인가? '뇌'인가?

책에 몇몇 인물들은 고통, 인지와 정서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고통의 근원은 인간이 몸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통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즐겨보는 Youtube인 "과학을 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인간=뇌라고 말하는 과학자가 뇌이식이 아니라 몸 이식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MC가 너무 뇌 우선주의인 발언인 것 같다고 반문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몸도 뇌가 보내는 전기적인 신호에 반응할 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대부분 무엇이 없어지면 그 대상이 아닌 것인가가 그 대상을 정의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인 것 같다. 인간이 보통 하루에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스스로 하는 생각이 없어진 나를 나라고 볼 수 있을까?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하는 사람이 모이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작가의 말에 써져 있던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해야 한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에 대해서

요즘 친구들과 모여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쉬운 일이 없다."는 말이라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쉬운 일이 없는 세상에서 어렵지만 해내는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성공에 대한 성취감과 보상을 얻는 친구들이 다음에 더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기에...

물론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면 그만둘 줄 아는 용기를 더불어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 작가 & 총평

[작가] 정보라

- 대한민국의 소설가.
- <저주토끼> 2022년 부커 상, 2023 전미번역상 최종후보
- <너의 유토피아> 2025년 미국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
 

[총평]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고, 그 어떤 표현 방식도 불충분하다. 

MBTI의 유행은 조금 지났지만, 각각 2가지 다른 유형 중에 T와 F에 대한 대화가 가장 많은 것을 보면서 인간은 감정의 공감과 이해가 중요한 사람들이 꽤나 많구나를 알 수 있었다. 고통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혹시 작가님도 T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고통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고 그 고통을 전달할 어떤 완전한 의사소통 방법도 없다."

고통이 아닌 모든 감정과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항상 논리적인 말과 다양한 미사어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만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등장하는 '엽'이라는 다른 SF적 존재가 말하는 것처럼 고통은 모르지만 '선'과 '악'에 대해서는 안다고, 과거부터 '악'을 벌하는 법전이 있었던 이유도 불완전한 의사소통 속에서 '악'을 벌하기 위한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면 인간은 삶은 오롯이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고통에 관한 책을 마무리 하면서 사진을 고르려다 내가 인생에서 육체적인 고통이 가장 심했던 날이 언제일까 생각해 봤다.

꽤나 잔잔한 삶을 살았던 내가 가장 큰 힘들었던 육체적인 고통은 '굶고 하는 한라산 등산'이었다.

친구가 보내 준 '25년 1월 1일 한라산 백록담 사진을 보며 다시 한라산 백록담을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고통은 미화되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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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닿을 수 없는 고통을 SF에 담는 ‘미미한 작가’ - 정보라 작가 - 참여연대 - 월간참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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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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