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맞이하며 읽은 소설 <급류>, 파도가 슬픔이라면 수영은 사랑이다.
제목과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문장들에서 나는 슬픔 속에 있는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파도 속에서 나는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된 책 <급류>의 리뷰이다.
<급류> 정대건 / 계속되는 파도 속에서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소설 <급류> 리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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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열일곱 동갑내기 '해솔'과 '도담'은 여름철마다 계곡에서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작은 마을 '진평'에서 첫사랑을 시작한다.
급류에 휩쓸려 옷을 벗고 껴안은 해솔엄마와 도담아빠의 시신이 하류에서 발견된 사건으로 해솔과 도담은 이별을 맞이한다.
그 후, 재회한 스물둘, 서른의 '해솔'과 '도담'의 사랑과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2. 책 속의 문장들
소설에서 등장하는 '물'과 관련된 문장들
-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 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신 도담은 냉소에 빠졌다. 결국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소통보다 침묵을 더 신뢰했다. 심각하지 않고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었다. - 무경에 대한 마음과 해솔에 대한 마음은 시냇물과 바다만큼 너무 명백하게 차이가 나서 비교할 필요조차 없었다.
-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들
- 사람들이 숭고하다며 가치를 부여하는 일들은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벌어지거나 무모함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중에 의미가 부여된 것일 수도 있다.
- "도담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걸 수도 있잖아."
해솔은 도담을 달래듯 조심스레 말했다. 마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고 그렇기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여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 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 서로 온도가 비슷하니까 잘 만날 수 있던 거라고 도담은 생각했다. 승주는 한 번도 충돌하지 않도록 능숙하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무도 바라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뜻밖의 사고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3. 떠오르는 생각들
같은 사건을 겪었다고 해서 과연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까?
같은 사건을 겪어도 '도담'과 '해솔'이 헤쳐나가는 방법은 다른 것처럼 근본적으로 가진 상처와 절망이 같았을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엄연히 '도담'과 '해솔'이 가진 상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해솔은 엄마와 도담아빠에 관한 미움은 없지만 반면 도담은 본인의 가족과 사랑을 망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자리잡았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닌 것처럼 어쩌면 뜻밖의 사고처럼 받아들여진 해솔.
아빠가 왜 본인의 가족을 버릴 수 있는 사랑에 빠지게 된 건지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도담.
도담아빠와 해솔엄마가 급류에 휩쓸린 그 상황에 도담과 해솔 4명이서 만나는 상황이 있었더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선화'와 '승주'는 과연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스물둘의 사랑이 끝나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나아질 수 있는 과정에서 도담과 해솔이 각자 만난 연인인 '승주'와 '선화'
해솔이 선화에게 도담이 승주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을 보며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전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옆에서 미지근한 온도로 바라봐주는 연인들
'도담'과 '해솔'은 사랑을 이기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선화'와 '승주'는 사랑을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결국, 선화와 승주도 서로 수영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소망해본다.
4. 작가 & 총평
[작가] 정대건
- 대한민국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영화연출을 전공
- 힙합을 할 때도, 영화를 찍을 때도 이방인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던 이야기꾼
[총평] 채워지지 않는 우물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도 그렇고 사랑을 '안쓰러움,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하는 소설들이 인기가 많은 듯하다.
인간이 저마다 비어있는 우물을 가지고 있고, 우물 안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채워줄 수 있는 감정은
연민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느정도 동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도담아빠와 해솔엄마가 불륜과 치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망한 사건이 영화적이고 소설적인 허구의 상상으로 시작하는 소설이지만
도담과 해솔의 열일곱, 스물둘, 서른살 각각의 사랑이 첫사랑, 첫경험, 인생의 반려자한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라 편하게 읽히는 소설이다.마지막 문장이었던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라는 말이 앞으로 '도담'과 '해솔'은 달라지지 않지만 서로가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로 느껴져서 동의할 수 있었던 결말이기도 했다.
과연 나는 채워지지 않는 우물을 가진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인지 되묻게 되는 책으로
영화감독인 작가가 연출하는 영화 <급류>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25년 1월 1일 새벽, 떠오르는 일출을 보러 가기 전 첫장을 펴고 나의 을사년 첫 날을 채워줬던 책으로
쉽게 읽히지만 몇몇 문장들을 마주할 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던 소설 <급류>는
24년 연말 강풍으로 꽤나 파도가 크게 쳤던 제주도의 어느 동쪽 바다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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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 소설 『급류』 | 예스24 채널예스
『급류』는 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이자 단 하나의 사랑론이다.
m.ch.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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