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이 쓰는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과 영화를 보면 저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 중에 나는 선택을 했을까?
100년이 흐른 시대에 사는 나는 삶 속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리뷰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 인생이란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다.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리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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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사냥꾼('정호'의 아버지)이 굶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냥을 나섰다가 호랑이 발자국임을 알고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가던 중 허기와 추위로 위기를 맞는다. 우연히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일본군 무리를 만나 마을까지의 길을 안내해주다가 호랑이로부터 일본군을 살려주게 되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이후 1부~4부까지 1918년부터 1964년까지의 한국의 아프고 혼란스러운 역사와 함께 그 역사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 속에서 각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라볼 수 있다.
2. 책 속의 문장들
소설 속 인물들의 '가치관'이 나타나는 문장들
- 그다음엔 또 뭐람? 들판에서 고되게 일하는 암소들을 생각하면서 자책과 동정을 느끼기라도 하란 말인가? 우주의 삼라만상은 각자 자신이 속한 위치가 있는데 말이다.
: 만주에 있는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자금을 빌리러 온 '명보'를 보며 '성수'가 생각하는 말 중에 - 이름뿐인 독립과 실질적인 번영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하겠나?
'독립'을 이룬다는 명목 아래 전 국민의 절반이 목숨을 잃고 만다면, 싸움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너지는 꼴 아니겠어? 자네는 죽음 따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초연하게 행동하지만, 우리가 이런 악전고투를 감행하는 것도 결국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 안 그래?
: 비폭력 운동(3.1 운동)을 지지하고 실행하는 '명보'를 향한 '성수'의 말 중에 - 성수야말로 살아가는 데 가장 적합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성수보다 더 잘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명보는 자신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재주만 가진 듯했다.
- 그들은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게 자신의 최종 목표라고 말하는데, 그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인정하는 것보다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나요?
- 삶을 위해 지불하기에 죽음은 아주 작은 대가였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들
- 형언할 수 없는 눈부신 고양감에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 구어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고양감]이라는 단어을 마주해 메모한 문장 -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 만일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저 우정의 가장 짙은 색채일 뿐이요, 너무 짙은 나머지 다른 빛깔로 보일 정도지만 사실은 충실함이라는 감정과도 같은 색상표 안에 있는 것이라면, 그러면 옥희도 정호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정말 깊이, 진심으로. 하지만 결국 그런 감정들이 아예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거라면, 그는 정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을을 갖게 만드는 건 세상에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본인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서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이죠. 운 좋게도 이 두 가지를 다 경험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충분한 믿음을 지니고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3. 떠오르는 생각들
비슷한 환경에서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서사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매력은 비슷한 환경 속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다.
일본인 '이토'와 '야마다 겐조'의 삶도 선천적인 환경이 비슷하였으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고
그 시대의 한국의 기득권층이었던 '이명보'와 '김성수'도 비슷한 환경이었으나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기생이 되었던 '옥희', '연화'도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나 다른 결말을 맞은 사람들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던 '정호'와 '한철' 또한 스스로 무엇을 지켜낼 것인지 잘 선택한 인물들이나 소설 속에서 다른 결말을 맞는 대비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환경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얽혀서 이야기가 흘러갈 때 더욱 더 흡입력이 있었다.
한국의 역사적인 서사가 세계에 인정받는 시대
한강 작가가 부커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에 대해서 K-문학도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작품들이 한국의 아픈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난세에 영웅이 나와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과 간절함이 합쳐져 극복해서가 아닐까싶다.
최근 본 영화 <하얼빈>의 극중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 중에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라는 대사가 인상깊은 이유도 이와 같은 결이라고 생각한다.
4. 작가 & 총평
[작가] 김주혜
-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 프린스턴 미술사학 전공,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
- '24년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 수상
* 톨스토이 문학상 :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함께 제정한 상
[총평]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가지며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것을 지켜내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에 '명보'와 '한철'의 말들이 유독 인상깊었다.
아마 둘 다 자신이 가진 꿈과 가치관을 위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 느껴졌기때문이다.
소설 말미에 나오는 성공한 사업가 '한철'의 말처럼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갖게 만드는 것의 2가지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대가가 죽음일 수 있을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호랑이고 매년 연말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곳은 제주도인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해서 기억에 남았던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프롤로그의 속의 사냥꾼이 마주한 눈이 가득한 설산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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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에게 받은 것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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