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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산문/에세이] 가벼운 고백, 김영민

by sunny_C libro 2025. 2. 23.

나는 산문집이나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요즘 회사로 힘들어하는 동생이 읽던 책 <가벼운 고백>

오랜만에 동생의 생각이 궁금해져 동생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책을 집어들었다.

배운 사람의 드립 <가벼운 고백>의 리뷰이다.
 

<가벼운 고백> 김영민 / 인간은 끝내 진지하기만 할 수는 없다.

가벼운 고백, 김영민

 

단문집 <가벼운 고백> 리뷰 목차

 

1. 소개

2. 책 속의 문장들

3. 떠오르는 생각들

4. 작가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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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민교수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간 써내려간 문장을 선별해 엮은

단문 365편으로 총 3 〈마음이 머문 곳〉 〈머리가 머문 곳〉 〈감각이 머문 곳〉으로 분류되어 있다.

성찰적 드립은 명령, 조언, 충고와 다르게 불문율을 깨뜨려 자유롭게 심호흡하게 만들고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2. 책 속의 문장들

마음이 머문 곳

  • 잘 살기 위해서는 짊어져야 할 적절한 하중이 필요하다. 너무 가벼우면 땅에 발을 딛고 살 수 없고, 너무 무거우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몇명이나 낳을 것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가?' 같은 질문은 인생의 하중을 조절하기 위한 질문이다.
  • 골키퍼는 가만히 있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일단 몸을 던지고 본다. 인생의 결정이 대개 그러하다.
  • 그가 바위에서 뛰어내린 후, 정신없이 읽은 글 중에는 소설가 K가 쓴 다음 대목이 기억에 남았다.
    "새벽에 그 바위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란 어떨까?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사는 이 나라에서 고독이란 가장 경멸한 만한 감정이죠. (...) 아무리 많이 배우고,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어도 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서 다니죠. 학연이나, 지연이나, 혈연으로. 원숭이들처럼. 모여서 걸어 다니죠.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그 대열에서 벗어나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 그게 쥐든, 개든,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 그 새벽의 바위 위에 서 있던 그 사람을 누구도 위로할 수 없다는 그 자명한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네요."
    누군가 바위 위에 혼자 서 있을 때, 그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2009.05.24
  • 내게도 자제력이 있다는 증거로서, 가끔 음식을 남기곤 한다.
  • 무능과 부도덕은 종종 혼동된다.
  • 가끔 멈추어 서서 자문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감내하고 있나, 그리고 왜?'
  •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는 두려움과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머리가 머문 곳

  •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 데서 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 육체적 직립보행이 그러한 것처럼, 정신적 직립보행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이 필요하다.
  • 비판적인 것과 시니컬한 것은 다르다. 얼마든지 삶을 비판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 노예가 족쇄를 사랑하듯 삶을 사랑할 필요는 없다.
  • 논문 심사장에 논문 안 읽고 들어오는 교수들은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서 마늘과 쑥을 먹기 바란다.
  • 인간은 선을 행할 정도로 혹은 악을 행할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
  • 당근과 채찍. 당근을 먹이고 채찍을 휘둘러야지, 당근을 휘두르고 채찍을 먹여서는 안 된다. 휘두르는 당근에 맞아 생긴 멍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 자멸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존재를 돕기는 어렵다.
  •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남자를 시험해보고 싶으면 아주아주 잘해주면 됩니다. 그릇이 큰 자는 감사할 줄 알고, 병신 새끼는 가면을 벗기 시작하지요." '남자'란에 학생, 선생, 친구, 동료 등 다양한 항목을 넣어보자.

감각이 머문 곳

  •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 오랜 표류 기간을 견뎌 살아남앗는가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뗏목에 호랑이와 함께 탔기 때문이다. 호랑이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그 긴장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강함이 그로 하여금 대양을 건너게 했다. 현재 당신이 표류 중이라면, 당신의 호랑이는 누구인가
  • <컨택트>(2016)에서 에이미 애덤스가 연기한 루이즈 뱅크스는 대단햇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두려움을 떨치고 보호구를 벗어버릴 수 있는 사람. 우린 다 너무 무거운 보호구를 달고 사회로 나아가지 않나...
  • 완성된 것은 그 나름의 심미성을 띈다. 그래서 완벽한 천박함은 더 이상 천박하지 않다. 완벽한 멍청함도 더 이상 멍청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가 많은 일을 대충 한다. 대충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이 언젠가 대충주의를 완성하기를 바란다.

 

3. 떠오르는 생각들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지만 '드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들

'논리'는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글을 씀에 있어서, 내용을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일 뿐 옳고 그름이 아니다.

어떤 의견차이에서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논리'를 펼치면서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논리적이지 못하다'라는 말로 명명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논리'와 '고집'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의견이 다른 중요한 요점을 피하고 다른 상황이나 예시를 가져와 상대방의 논리를 피격하는 행위는 고집에 가깝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드립'이다.

고성방가, 이분법 적인 대답, 엄격한말, 모욕적인 언사, 바른말, 고운말, 훈계 등으로 심각해지기만 하고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웃음이나고 허탈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 주는 대답이 더 이상 불편한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되는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

(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그 관계는 손절하기를, 나에게 고집을 부리는 존재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

 

4. 작가 & 총평

[작가] 김영민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정치학 전공 교수
- 대표작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총평] 인생이 농담은 아니지만, 끝내 진지하기만 수는 없다.

불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사는게 아니기에

생존을 위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힘들고, 복잡하고, 견뎌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100% 진심을 다해 매일매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만히 있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일단 몸을 던지고 보는 골기퍼처럼 나의 대부분의 인생의 결정이 대개 그러하지만

남은 인생에서는 순간의 찰라에 몸을 어느 방향으로 던질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적당한 하중을 싫은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야겠다.

남은 인생의 나는 나의 심신의 건강과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배운 드립'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밈'이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적 트렌드가 이 책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삶과 많이 비슷해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롭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는 인물인 칠 가이(Chill Guy)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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